Page 85 - 고경 - 2024년 6월호 Vol. 134
P. 85

강경』 번역도 콘즈의 영역이 영어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럼
                  에도 절대 신의 세계관이나 실체론적 세계관이 지배해 온 유럽 문
                  명권 사람으로서 그의 번역어에는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언어적으로 산스크리트 문헌을 영어로 옮긴 그의 공적과 노고는

                  크게 인정해야 하지만 연기론적 세계관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영
                  어단어가 갖는 비연기적 언어의 분위기가 「반야심경」의 뜻을 드러
                  내지 못하고 있다. 반야지혜를 갖춘 성사聖師로서 인도문명과 중국

                  문명의 양대 언어체계를 모두 소화한 한문 역경가들도 무려 500년

                  간의 긴 시간 「반야심경」의 번역을 계속해 온 데서 많은 것을 배워
                  야 하리라.”



               학담스님의 지적처럼 영어로 번역할 때 세계관과 문명권이 다르기 때

             문에 중요한 단어를 번역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틱낫한 스님의 경우를
             보자.



                  보살사상과 모든 존재의 상호의존에 관한 사상은 베트남어 티엡tip

                  과 히엔hien이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티엡이란 자기 자신, 모든
                  불보살, 그리고 보편적 불성의 지혜-자비와 ‘접촉해 있다’는 의미
                  다. 이 말은 또 붓다에 의해 맨 처음 가동된 깨달음 운동을 지속한

                  다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히엔이란 현재, 실현하다, 나타낸다

                  라는 의미다. 수행이란 미래나 미래의 재생을 위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 자비, 평화, 기쁨을 현재에 실현하는 것이다.
                  티엡히엔이라는 말을 번역할 적절한 영어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틱

                  낫한은 인터빙interbeing이란 말을 창안해 냈다. “인터빙은 새로 만



                                                                          83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