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0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P. 140

맑은 물결은 예나 다름이 없네
              사슴은 내려와 먹이 던져주는 모습을 보고
              용은 몸을 나타내어 시 읊는 소리를 듣고 있구나

              골짜기의 산새는 곱고 예쁜 소리로 노래하고

              바위 위 구름은 아름답기만 한데
              풍진세상에 사람 목숨 쉽게도 죽어가는데
              고개 돌려 보니 쌓여가는 무덤만 있을 뿐이네




           대곡 선생은 서울에서 만난 지기知己인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 선생,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1489∼1546) 선생,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1517∼1578) 선
          생 등과 정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깊은 교유를 가졌다. 대곡 선생을 빼닮은

          제자가 바로 당대의 문장가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 선생이다. 과거

          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지낸 백호 선생도 조정의 당파싸움을 목도하고
          는 탄식을 하며 산수山水에 몸을 숨겼다. 대곡 선생의 학문은 당대의 거유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 선생과 백호白湖 윤휴尹鑴(1617∼1680) 선생에

          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곡 선생의 시 <송전상인送田上人>



           그 시절 속리산이 대곡의 산이라면, 지리산은 남명의 산이었다. 성운 선

          생과 조식 선생은 모두 불의한 세상을 멀리하고 산속에서 지식을 탐구하
          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멀리서나마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어느
          날 법주사 출가승인 전田 화상이 지리산에서 가지고 온 남명 선생의 서찰

          을 전하고 돌아가자 대곡 선생이 써 보낸 답장에는 난세를 관통하던 두고



          138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