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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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은 구름과 물과 같아
              산 같이 높은 절의를 사모했으니,
              가사 입고서도 남명 선생을 따르며

              소나무 아래에서 그 얼마나 모셨던가.

              외진 산골로 나를 찾아온 것이니
              사귀어보려는 뜻도 있었으리라.
              생각을 물어보고 말을 들어 보니

              재주가 실로 뛰어남을 알 수 있었네.

              애석하게도 이교의 가르침 따르는 바람에
              산속에서 마음과 지혜를 허비하고 있으니,
              만일 우리 유가의 학문으로 옮겨온다면

              아름다운 그 행실은 견줄 사람 없으리라.

              명월산에 머물 때에는
              세 번이나 나를 찾아왔었지.
              처서가 다가오며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지난 날 살던 푸른 산 꿈속에서 보았으리.

              신선처럼 훨훨 장삼을 펄럭이며
              날개 치며 날듯이 떠나가노니,
              이내 말을 벗에게 전해 주시게.

              머리카락은 빠지고 얼굴은 초췌해지며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어
              이제 죽어 땅에 묻힐 일만 남았으니,
              구천에서나 서로 만날 수밖에 없고

              세월은 아득하기만 하니 어찌 편하기를 바라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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