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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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안가기茫茫安可冀


                  산속의 거처는 낮에도 조용하여

                  한낮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네.

                  어떤 스님이 사립문 두드리며
                  말하기를, 두류산에서 왔다 하네.
                  남명의 부탁으로 손수 들고왔는데,

                  맑은 소식을 부쳐 보낸 것이었네.

                  이 말 듣고 너무나 기뻐서
                  나도 모르게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로 맞이하였네.
                  편지의 처음에 무슨 말이 있는가 보니

                  먹고 자는 것이 편안한지부터 물었고,

                  그 아래 수백 글자는
                  모두 헤어짐을 슬퍼하는 마음뿐이었네.
                  벗은 유가의 학문을 공부하여

                  마음자리에 큰 성취를 이루었지.

                  세상사람 치료할 수 있건만 믿어 주는 이 없으니,
                  천금 같은 약은 주머니 속에 숨겨져 있을 뿐이네.
                  용은 드문데 용 잡는 법만 괜히 배웠으니

                  소매 속 날카로운 칼을 어디에 쓸 것인가.

                  천리마가 노하여 끌채를 부러뜨리니
                  누가 궤우詭遇의 계책으로 그 고삐를 잡아맬 수 있을까.
                  신선산을 얻어 산으로 들어가니

                  사람과 산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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