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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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간식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하루 두 번 산책하고 채소밭과
              정원수를 돌보고 삼천배를 마친 신도와 공부 점검받으러 오는
              스님들을 접견하는 시간 외에는 밤 10시까지 하루종일 참선과

              독서로 소일하셨다.      1)



            승가에서 큰스님이라 평가받는 사람들은 하루 일과에서 보통 승려와 확
          연히 차이가 납니다. 성철스님은 평생을 통하여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잃

          지 않았으며 철두철미하게 자기 자신을 관리하며 살았습니다. 시간 관리

          만 철저한 것이 아니라 매사에 근면·검소·절약하며 의식주 등 일상생활
          에 타의 모범이 되셨습니다. 성철스님은 승려들은 신도들이 갖다 주는 시
          줏물로 살아가니 항상 검소하고 절약하며 살라고 강조하셨고, 큰스님 스

          스로도 평생 회색 광목옷만 입으셨고, 고희를 넘기고서도 옷이나 양말을

          손수 기워서 착용하셨습니다.
           어느 날 큰스님께서 “키달아(키다리), 이거 입으라.” 하며 큰스님께서 손
          수 내복을 건네주셨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엉덩이 부분 전체를 헝겊으로

          기운 낡디 낡은 겨울 내복이었습니다. 이것을 입고 매일 백팔참회를 하고,

          오후에는 암자 뒷산으로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니 내구연한耐久年
          限이 지나도 한참 지난 내복이 도저히 견디지를 못했습니다. 무릎 부분을
          기워 놓으면 다음 날은 엉덩이 부분의 솔기가 터지고, 보름 동안을 계속 기

          워 입다 보니 공부할 시간도 없고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아궁이에 던져

          불살라 버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상좌들한테 들으니, 큰스님이 입던 낡은 옷을 물려받아




          1)  원소, 「다시없을 스승을 그리며」,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아름다운 인연, 2006,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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