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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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입으면 공부가 잘된다고 상좌들 간에 누더기 헌옷을 서로 받으려고 경
쟁이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낡은 내복을 없애지 않고 잘 보존했더라
면 큰스님께서 50년 이상을 손수 기워 입으신 누더기 두루마기 겉옷 두 벌
과 더불어 귀한 보물이 되었을 터인데, 그때는 정말 안목이 없었던 것 같
습니다. 이 사건으로 깊은 영향을 받은 소납은 물자가 풍부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양말은 신을 수 없을 때까지 기워 신고, 겉에 입는 승복도 계절
이 바뀌면 깨끗이 세탁한 후 단골 승복 집에 수선을 맡겨 오래오래 입는 버
릇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경계를 뛰어넘으신 큰스님
성철스님은 출가 후 선방과 토굴에서 수행할 때 20년 정도 생식을 하셨
다고 합니다. 청담스님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할 때, 부처님을 본받아 곡
식 몇 알로 허기만 때우는 벽곡辟穀을 하자 극심한 영양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지니 청담스님도 걱정하시고, 소식을 들은 향곡스님이 참깨를 한 말
가져오셔서 생식 때 갈아 먹으라 권유하셔도 “니나 먹으라!” 하시며 거절
하셨다고 합니다. 식사다운 식사는 해인사 백련암에 오시고부터입니다.
소식小食은 평생 지키셨다. 아침은 현미죽을 들고 점심과 저녁은
현미밥을 드셨다. 버섯을 물에 담가 우려낸 국물에 감자와 당근을
약간 썰어 넣은 것이 국 겸 찌개였다. 반찬은 가늘게 썬 솔잎 한 숟
가락, 알이 작은 삶은 검은콩 한 숟가락, 곰취나물 조금, 마와 더덕
을 소량 섭취했고, 계절별 반찬으론 쑥갓이 날 땐 쑥갓 세 줄기, 복
숭아가 나올 땐 복숭아 반쪽, 가을과 겨울엔 사과 반쪽이 반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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