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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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랐다. 아주 더운 여름엔 수박을 조금 드셨고, 평소에 몸이 냉하
여 가끔씩 설사를 했기 때문에 식후에 곶감을 하루 한 개씩 드셨
다. 차는 인동과 대나무 잎, 녹차를 넣어 삶은 물을 갈증이 나면 한
잔씩 마셨고, 피곤할 때는 차에 꿀을 조금 넣어 마시기도 하셨으
며, 간식은 전혀 하지 않았다. 반찬엔 소금과 간장이 전혀 들어가
지 않은 무염식無鹽食을 하셨으며, 출가 이후 술이나 고기를 전혀
드시지 않았다. 2)
큰스님의 식생활만 떼어놓고 보아도 수행자다웠습니다. 다음은 주거생
활과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스님께서 거처하는 방도 아주 검소해서 3평 정도의 옹색한 방에 석
굴암 부처님 사진 한 장과 경상經床과 좌복 외에는 화분이나 그림
하나 없었다. 스님이 백련암에 주석하실 때는 암자 전체에 단청을
못하게 하였다. 스님은 상좌를 둔 이후에는 돈을 전혀 만지지 않았
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 백련암에는 불전함조차 없었다. 그런데 예
외적으로 일년에 한 번 돈 만지는 날이 있었다. 바로 설날이다. 스
님은 아랫마을의 꼬마들이 세배를 오면 세뱃돈을 주셨다. 이것이
굳이 말해 스님께서 하시는 경제 활동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
리고 스님은 신도의 집에 특별한 일 없이 방문하지 말며 신도들이
주는 돈을 무서워하라고, 그 돈은 꿀이 아니고 독약이라는 것을 강
조하였다.
3)
2) 원소, 「곁에서 본 성철스님」,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장경각, 2015, pp.282~283).
3) 원소, 「다시 없을 스승을 그리며」, 『가야산호랑이를 만나다』(아름다운 인연, 2006,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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