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4년 8월호 Vol.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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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의 상태가 되어서 법문을 듣든지, 다른 무언가를 하든지 늘 심중에 화두
             의심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화두 참선의 원리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두에 의심이 자연스럽게 붙지 않고 있어서, 의심이 일어나도

                                                 *
             록 의식적으로 화두의 전구前句와 후구後句 를 되새기며 반복해 가는 과정
             에 있을 때입니다. 화두 하나에만 매달려도 집중이 쉽지 않은데, 다른 것
             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화두에 대한 집중도 잃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가능

             할까요? 예컨대 법문을 들으면서 화두의 전구, 후구에 제대로 주의를 기

             울일 수 있을까요? 능엄주를 하면서 화두에 의심이 일어나도록 집중해 갈
             수 있을까요?



                법문을 들으면서 능엄주를 한다



               참선參禪과 주력呪力은 성격이 다릅니다. 참선은 화두에 대한 의심을 키
             워나가는 것인 데 반해, 주력은 진언眞言의 소리 그 자체를 분명하고 또렷

             하게 들으며 하는 것입니다. 진언 수행은 마음속에서 어떤 의미를 느끼거

             나 의심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진언의 음音을 반복하여 소리 내는 것이
             기에 그 소리 자체를 놓치면 무미건조한 행行이 되기 십상입니다.
               진언 수행, 즉 주력의 생명력은 소리에 있습니다. 때문에 주력을 하는

             동안은 진언의 소리에 주의를 기울여 분명하고 또렷하게 들어야 합니다.

             듣는 것에 집중해야 하기에 다른 것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능엄주



             *   화두話頭는 전구前句, 후구後句로 구성되어 있다. ‘마삼근麻三斤’의 화두를 예로 든다면 ‘부처를 물었는데’
               는 전구이고, ‘어째서 삼서근이라 했는가?’는 후구이다. 한동안 전구, 후구를 같이 되새기며 들다가 익
               숙해지면 후구만 들어도 의심이 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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