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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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 있는 짧게 전지된 모습
을 보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자
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렇게 집
단으로 어울려 제멋대로 커서
는 모양도 나지 않고 하니 이번
에 크게 한 번 전지를 해주고
매년 가꾸어 가면 몇 년 안에
더 멋진 철쭉동산이 될 것이라
는 정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그렇게 정리하였으니 너무 낙
심하지 마시라는 설명이 돌아
왔습니다. 소납은 나름대로 자
연스럽게 자란 무성한 가지와
꽃을 보며 ‘무궁화와 철쭉이 백
련암의 사격寺格을 대변하고 있
사진 8. 8월의 따가운 햇살 받은 능소화를 배경으로.
다’라고 내심 자부를 하고 있었
는데, 나무와 꽃도 보는 사람, 관리하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풍광이
달라 보인다는 뼈아픈 경험을 다시금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20여 년 전에 큰 두꺼비바위 아래에 심은 능소화가 그사이 바
위 밑동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무성하게 뻗어 올라 올해는 능소화 꽃무더
기를 아름답게 피워내고 있다는 점에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철
쭉과 영산홍도 올해 사람의 정성과 손길을 받았으니 내년에는 좀 더 정
갈하게 무성한 꽃을 피워내길 바라며 이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
다.
12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