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P. 108

꽃봉오리도 많고, 시들어 떨어진 꽃도 많아서 전체적으로 깨끗하진 않습

          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후 수많은 식물이 유럽으로 건너

          갑니다. 유럽인에 의해 그 식물은 일본으로 건너가고 다시 한국으로 건
          너옵니다. 남미나 멕시코 원산 식물에는 의외로 우리 뇌리에 각인된 식

          물이 많습니다. 코스모스, 분꽃, 채송화, 해바라기, 다알리아, 사루비아
          (샐비어) 등이 그런 꽃입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보아온 꽃들이라 토종식

          물 같지만, 사실은 다 새로 들어온 꽃들입니다.
            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 수많은 사람이 코스모스, 분꽃, 채송화 같

          은 작은 꽃을 들여다보며 근심 걱정을 잊곤 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다알
          리아가 사랑을 받았지만 코스모스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

          다. 동양과 서양의 심미안에는 코스모스와 다알리아 정도의 차이가 있
          는 것 같습니다.

            화엄의 세계관, 즉 화엄의 경지에서 세계를 보면, 일화일세계一花一世
          界요, 일엽일여래一葉一如來입니다. 즉 꽃도 하나의 세계요, 이파리 하나

          도 여래입니다.    1)

            아름다운 풍경이나 예술 작품을 보면 내적인 만족감이 옵니다. 욕망
          과 관련 없는 미적 만족은 그토록 찾던 고요와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체이며, 풍경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개인적인

          나를 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적 초월은 오로지 자기 생각만 하는 것

          보다 훨씬 자유로운 기분을 가져다 줍니다.






          1)  남회근南懷瑾, 『주역계사강의』, 2011.


          106                                                  『고경』 제137호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