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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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야 하는지를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앙산의 선법이 순지에게
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조당집』 ‘서운사화상’조
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사대팔상四對八相’으로 나타나고 있다.
순지의 ‘삼편성불론三遍成佛論’
순지의 선사상에 있어서 위앙종의 선풍을 계승하고 있는 측면과 더불
어 그의 독자적인 점은 무엇일까? 그 대표적인 것이 순지의 성불론成佛論
이라 할 수 있는데, 『조당집』에는 순지가 주장하고 있는 성불론을 증리성
불證理成佛·행만성불行滿成佛·시현성불示顯成佛의 세 가지로 밝히고 있다.
우선 ‘증리성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증리성불’은 선지식의 말끝에서 자기 마음 근원에 본래 한 물건도
없음을 언뜻 돌이켜 성불하는 것인데, 만행을 닦아 점차로 얻어지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치를 증득한 성불이라 한다. 그러므로 경
에서 “처음 발심할 때 바로 정각을 이룬다.”라고 하였고, 또 옛사람
[永明延壽]이 “불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돌이키면 된다.”
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이 뜻이다. 이 증리성불에서 체성을 말
하면 한 물건도 없지만 삼신三身을 통틀어 논하면 한 부처와 두 보
살이 없지 않다. 비록 세 사람이 있다고 하나 여기서는 특히 성품
을 보아 부처 이루는 쪽을 논하기 때문에 부처를 이루는 공功이 문
수에게 있다.
다음으로 ‘행만성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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