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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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로부터 보자면, 『조론肇論』의 ‘촉사이진觸事而眞’, ‘물아일체物我

             一體’ 등의 사상적 취지를 엿볼 수 있으며, 희천은 그를 이사理事의 회호
             와 불회호로 촉목회도觸目會道를 제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희천의 사상은 양개가 찬술한 「현중명玄中銘」에서는 ‘이사원융
             理事圓融’으로 전개된다고 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체體와 용用을 혼연히 하여 치우침[偏]과 원만함[圓]을 완만하게 굴

                  린다. … 맑게 깨달으면 붉은 봉황에 깃들이지 않고, 맑은 연못이
                  어찌 붉은 바퀴에 떨어지겠는가. 혼자면서 외롭지 않고, 뿌리가 없

                  으면서 영원히 굳세고, 쌍으로 밝혀 운을 가지런히 하면, 일[事]과
                  이치[理]가 원융圓融을 갖춘다.”        2)



                이로부터 명확하게 이사의 원융을 엿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붉은 봉황

             [丹鳳]’과 ‘붉은 바퀴[紅輪]’는 태양과 일륜日
             輪을 의미하니, 바로 윤회輪廻를 의미한다

             고 하겠다. 이렇게 체용體用과 이사理事가
             원융함은 바로 회호回互·불회호不回互와

             연계되고, 이로부터 이른바 ‘조동오위’의
             사상이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보                 사진 1.  강서성 동산사 입구에 최근 세워
                                                         진 ‘조동종조정曹洞宗祖庭’ 비.


             1)   [宋]道原纂, 『景德傳燈錄』卷30(大正藏51, 459b), “執事元是迷, 契理亦非悟. 門門一切境, 迴互不
                迴互. 迴而更相涉, 不爾依位住. …… 觸目不會道, 運足焉知路.”
             2)   [日本]慧印校,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大正藏47, 515b), “渾然體用, 宛轉偏圓. …… 蒼悟不栖於
                丹鳳, 澂潭豈墜於紅輪. 獨而不孤, 無根永固, 雙明齊韻, 事理俱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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