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1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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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성불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순지는 “교전을 보고 옛사
람의 자취를 두루 살피어 한 사람이 성불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세 번의
성불하는 도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서 “부처의 지위를 연마하
려는 이는 대략 문자 방편을 살핀 뒤에 다시 먼저의 부처와 나중의 부처
가 다 같은 길이 된다. 마치 사람들이 길을 가는데, 옛사람이나 지금 사
람이나 같은 길이었음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당부하고 있다.
순지 선사상의 특징과 영향
순지가 귀국하여 본격적으로 활약했던
시기는 헌강왕과 진성여왕 대이며, 『조당집』
과 순지의 비문이 찬술된 고려 초와는 상
당한 차이를 지닌다. 또한 화엄사상과 법화
사상이 바탕이 된 순지의 선사상과 위산과
앙산의 선사상 사이에는 적지 않은 거리가
존재하고 있음도 발견된다. 사진 4. 『종문원상집』. 사진: 한국
민족문화대백과사전.
순지의 표상현법의 계승은 보조국사 지
눌이 활약하였던 고려 중기 정각국사靜覺國師 지겸志謙(1145~1229)으로 이
어지게 된다. 지겸의 『종문원상집宗門圓相集』에서 순지의 선사상이 그대
로 재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순지와 지겸 사이의 사상적 계승
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는 좀 더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김방룡 충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전북대 철학과 학부, 석사 졸업, 원광대 박사졸업. 중국 북경대, 절
강대, 연변대 방문학자. 한국선학회장과 보조사상연구원장 역임. 『보조지눌의 사상과 영향』, 『언어, 진실
을 전달하는가 왜곡하는가』(공저)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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