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5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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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얻었으며, 그의 법을 이은 기연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본증

             묘수의 단계를 검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를 통해 케이잔선은 틀
             에 사로잡힌 세계에서 벗어나 대중성을 구축하게 된다.

                케이잔이 제정한 청규는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겐의 『영평 대
             청규』는 총림의 규칙, 수행자의 자세 등 6편으로 이뤄져 있지만, 『케이잔

             청규』는 상권은 일중과 월중의 행사, 하권에는 연중행사를 제정하여 종
             문의 행사 차제를 규정하고 있다. 전자는 주로 출세간적이며 개인 수행

             자의 정신적 세계를 강하게 지향하고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세속과의 관
             계, 집단적인 의식 세계를 다루고 있다. 스승 기카이의 개방적이며 진보

             적인 종풍을 계승하고 있다. 이는 수행자들만의 고립된 사원으로부터
             시대와 사회와의 접점을 확장해 가는 측면을 보인다. 도겐으로부터 팔재

             계의 인판印版을 물려받은 그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조동종의 민중교
             화를 도모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케이잔의 선법은 외연을 확장한 선밀쌍수禪密雙修라고 할 수 있다. 총
             지사의 이름이 그렇듯 총지는 다라니, 즉 진언을 의미한다. 총지사의 전

             신인 제악관음당諸嶽觀音堂의 주지였던 조겐(定賢) 율사는 진언종의 승려였

             다. 1321년 그의 꿈에 관음보살이 나타나 “영광사에 케이잔이라는 고덕의
             승려가 있다. 바로 그를 불러 이 절을 물려주어라.”라고 말하고는 사라졌
             다. 닷새 후에 영광사의 방장실에서 좌선을 하고 있던 케이잔도 같은 꿈

             을 꾸게 되었다. 그 뜻에 따라 관음당의 문전에서 자바라를 치며 누문樓

             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많은 승려들이 나와 환영해 주었다. 조겐과의
             이야기 도중 꿈 이야기가 부합함을 알게 되었다. 관음당을 기진寄進받은

             케이잔은 산호를 제악산으로, 사찰 이름을 총지사로 했다. 1322년 고다
             이고 왕이 10종의 칙문勅問(임금의 물음)을 내렸다. 이에 대한 케이잔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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