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P. 66
사진 2. 송광사 소장 『대반열반경소』.
이 구절을 ‘열반 궁극실재론’의 근거로 삼는 견해들은, <‘상常·아我’라
는 것은 열반의 경지가 ‘영원한[常] 궁극실재[我]’라는 것이고, ‘낙樂·정淨’
이라는 것은 그 영원한 궁극실재를 채운 긍정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이 용어들의 의미를 발생시키는 조
건들을 외면한 것이다. ‘의미맥락 일탈의 오해’이다. 후에 다시 소개하겠
지만, 『대반열반경』 ‘상·낙·아·정’의 의미에 대한 원효의 해설은 정곡을
찌른다.
이 밖에도 대승불전 전반에 걸쳐 부각되는 긍정형 기호들, 예컨대 진
여眞如·진여심眞如心·진심眞心·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자성自性·구경각究竟
覺 ·본각本覺·진각眞覺·심체心體·자성自性·여래장如來藏 등의 용어를, 그
용어들의 의미와 관련하여 구사되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는 개념과 묶
어 열반을 ‘불변·절대의 궁극실재’라고 이해하는 근거로 채택하곤 한다.
나중에 거론하겠지만, 이때의 ‘불생불멸不生不滅’은 시간적 변화로부터의
초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64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