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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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을 불변·절대의 궁극실재로 보는

                근거의 출발점-행行(saṅkhāra)



                니까야/아함에서는 열반을 무위법無爲法(asaṅkhata-dhamma)이라 부
             르기도 하면서 유위법有爲法(saṅkhata-dhamma)과 대비시킨다. 그리고 무

             위법과 유위법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행行(saṅkhārā)이다. ‘행行인 현
             상’(saṅkhata-dhamma)은 유위법이고, ‘행行이 아닌 현상’(asaṅkhata-dhamma)

             은 무위법으로서 곧 열반이라 말한다. 따라서 행行(saṅkhāra)이라는 용어
             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따라 열반인 무위법의 특징과 의미가

             결정된다.
                ‘열반 경험’과 ‘열반 아닌 경험’을 가르는 근본 조건은 행行(saṅkhāra)이

             다. 지혜·해탈·열반의 삶은 ‘행行의 지배에서 풀려난 삶’이고, 무지·속
             박·고통의 삶은 ‘행行에 지배되는 삶’이라고 한다. 도대체 행이 무엇이길

             래 열반의 삶과 비非 열반의 삶을 가르고, 중생 인간의 인식 내용을 결정
             하는 것일까? 붓다의 길을 탐구하는 학인들이라면 초미의 관심으로 탐

             구해야 할 문제다.

                열반을 불변·절대의 경지로 간주하는 견해는 제행무상諸行無常·제행
             개고諸行皆苦 법설을 결정적 근거로 삼는다. 이 법설의 의미를, <모든 행
             은 변하는 것이고, 변하는 행은 모두 고통이다. 따라서 무상한 행을 벗

             어나 불변의 경지를 성취하는 것이 바로 열반이다>라고 읽는다. ‘변화[無

             常]와의 관계를 끊고 불변으로 초월하려는 시선’, 다시 말해 ‘변화 혐오와
             불변 선호의 시선’이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변화·관계의 현상 그 자체’

             에서 ‘사실 그대로’의 진리를 구현하는 붓다의 중도가 아니다. 누차 강조
             하지만, 붓다의 중도는 <변화·관계의 현상과 접속을 유지한 채 구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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