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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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 나오는 ‘여등’에서 따온 말로, ‘너희들·그대들’이라는 뜻을 지녔다.
생반의 대상인 굶주린 생명을 위한 용기라는 뜻이니, 새로운 용어가 생
성되는 방식도 의미도 모두 적절하다.
이렇게 각자 덜어놓은 밥알을 모아서 담는 용기를 ‘헌식기’라 하고, 이
를 부어 놓는 평평한 돌을 ‘헌식대’라 부른다. 사찰에서 재齋를 치르고
나면 단에 오른 음식을 조금씩 떼어 헌식獻食을 하는데, 생반과 헌식은
음식의 출처가 다를 뿐 의미는 같다. 따라서 재가 든 날에는 발우공양
때 생반을 하지 않는다.
신촌 봉원사의 구해스님은, 은사 송암스님이 물려준 여등대에 대한 이
야기를 들려주었다. 대나무 자루에 깡통을 달아 만든 것으로, 벽에 걸어
두었다가 발우공양 때 밥알을 거두었다고 하여 헌식기를 여등대라 부르
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여등’이 ‘여동’으로 변하여 헌
식기·헌식대를 여동통·여동대라 부르고 ‘여동밥 떠 놓는다’고 표현하여,
언어 변화의 다채로운 양상이 드러난다.
송나라의 『선원청규禪苑淸規』에는 숟가락 모양이 아니라, 납작하고 작
은 나무판 끝에 천을 붙여 만든 발쇄鉢刷에다 밥알을 놓도록 하였다. 중
국과 일본에서는 지금도 스님들이 공양할 때 발쇄를 연상케 하는 작은
막대를 생반용으로 쓰기도 한다.
부처님과 제자들의 가피
지금은 발우공양을 하는 사찰이 급속히 줄어든 데다, 발우공양을 하
더라도 늘 생반이 따르는 건 아니다. 발우공양에는 크게 ‘묵언의 공양’과
‘게송을 외우며 행하는 공양’이 있는데, 후자를 특히 법공양法供養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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