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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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 가피를 내린다. 또 제사를 마치면 조금씩 떼어낸 영단 음식과 함께
마지 밥도 떼어 헌식기에 담아, 가능하면 불보살의 위신력이 모든 존재에
게 널리 미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공양이 있을 때는 헌식을 마지 밥으로 하지 않고 스님들의
생반으로 하게 된다. 이는 자신에게 분배된 음식을 나만의 것으로 여기
지 않고, 뭇 중생과 함께하는 밥으로 보는 공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함일
것이다. 발우공양의 절차마다 외는 게송에는 이러한 의미가 깊이 담겨
있다. 성현에서 미물까지 함께 공양을 나누고,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는
또 다른 생명을 먹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연기적 삶을 새기며, 모든 중
생이 공덕 받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오시에 행하는 법공양의 생반은 부처님으로부터 차례로 내려
오는 공양의 가피 구도를 잘 보여준다. 부처님의 사시마지가 제자의 오시
공양으로 이어지고, 제자의 공양이 다시 뭇 중생을 향한 자비의 헌식으
로 확산하는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공생의 밥
3년 전, 서대문 백련사 스님들의 발우공양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두 분의 노스님이 오합 발우로 공양했는데, 찬 발우보다 작은 발우
를 하나씩 더 지닌 채 양념을 덜어 먹는 용도로 썼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예로부터 크기가 다른 4개를 포개어 한 벌로 삼
는 사합四合 발우를 쓰고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오합五合을 쓴 기록이
더러 있고, 근래까지도 이러한 사례들이 많았다. 청수발우보다 더 큰 발
우가 추가된 오합의 경우, 대개 대중공양으로 떡이나 과일 등이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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