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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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그곳에 받아두었다가 차담용
으로 썼다. 발우공양 의식과 무관
하게 별도로 둔 발우이지만 오합
의 전승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비해 시식발우施食鉢盂를
추가하는 오합 구성도 있었다. 차
담용이 오합 가운데 가장 큰 크기
라면, 고혼을 위해 밥을 더는 시
식용은 가장 작은 크기이다. 백련
사진 6. 백련사 스님의 오합 발우.
사 스님들이 오합으로 지녔던 작
은 발우가 이러한 흔적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어 흥미롭다. 옛 스님들
은 대중 수가 적어서 상공양을 할 때도 발우를 폈다고 한다. 따라서 발
우공양이 아닌 일상에서도 공양 나눔이 생활화되어, 밥과 반찬을 작은
발우에 조금씩 덜어두었다가 헌식대에 놓았을 법하다.
재가자들이 수행공동체를 이루어 정진하는 정토회淨土會에서도 매일
발우공양을 하면서 생반을 소중한 의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건물이 도심
에 자리하여 사찰처럼 헌식대를 둘 수 없기에, 덜어둔 밥알은 밥통에 다
시 부어서 다음 끼니에 보탠다. 관상觀想과 진언으로 굶주린 생명에게 음
식을 나누는 뜻을 실천하고 그 밥알은 다시 섭취함으로써,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순환으로 자비 정신을 이어가는 사례이다.
그런가 하면 사찰에서는 ‘쌀 한 톨에 백일기도 무산’이라는 말이 전한
다. 한 톨의 쌀이라도 소홀히 다룬다면,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한 공덕이
모두 허사가 된다는 뜻이다. 옛 스님들은 바늘을 가지고 다니며, 공양간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찍어서 씻어 먹음으로써 몸소 수행자의 자세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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