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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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쳤다. 시주에 의지하는 출가자

             로서 쌀 한 톨에도 소홀함이 없
             어야 한다는 스님들의 철두철미

             함이다.
                수덕사 견성암에 만공스님이

             ‘칠근루七斤樓’라 쓴 현판을 걸어
             둔 것도 같은 뜻이다. 쌀 한 톨에

             농부의 피땀 일곱 근이 담겨 있
             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에서 따온
                                              사진 7. 헌식을 먹는 북한산의 들개.
             말로, 한 톨의 쌀이 상징하는 시
             주의 무거움을 시시때때로 새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쌀 한 톨이 지닌 상

             징성이 이처럼 크니, ‘아주 조금만 떠서 담으라’ 하지 않고 ‘일곱 알’이라
             한 생반의 의미가 한 알 한 알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예전에는 헌식 공덕을 더없이 큰 것이라 여겨, 법랍 있는 스님이라야
             헌식 소임을 맡을 수 있었다. 헌식대에는 부처님의 마지 밥에서, 어느 영

             가의 극락왕생을 빈 잿밥에서, 그리고 수행자들의 발우공양 생반에서

             나온 밥이 오른다. 그 밥은 관념적으로는 일체 귀신이, 실제는 산과 들에
             사는 동물들이 먹는다. 부처님과 제자들, 영가와 일체 귀신, 땅과 허공
             에 사는 동물이 연결된 그야말로 공생共生의 밥이다. 일곱 개의 밥알은

             지극히 적지만, 그 뒤에는 거대한 세계가 펼쳐져 있지 않은가.






                구미래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박사(불교민속 전공). 불교민속연구소 소장,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 조
               계종 성보보존위원. 주요 저서로 『공양간의 수행자들: 사찰 후원의 문화사』, 『한국불교의 일생의례』, 『삼
               화사 수륙재』, 『한국인의 죽음과 사십구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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