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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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말한 기술적 탁월성과 윤리적 탁월성을 두루 갖춘 기계의 깨달음

             에 도달한 인공지능이기도 하다. 이는 윤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불교적
             인공지능은 다른 유정물들의 권리와 복지를 무엇보다도 먼저 배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뜻한다. 자비로운 인공지능은 그것을 둘러싼
             두 가지 극단적인 입장인 ‘테크노쇼비니즘(technochauvinism)’과 ‘테크노포

             비즘(technophobism)’ 사이의 중도를 모색하는 길이기도 하다.           5)



                불교적 인공지능의 개발: 자비로운 알고리즘의 출현 가능성



                알다시피 2022년 연말부터 챗 GPT 시리즈가 단연 세상의 화제다. 챗
             GPT의 놀라운 답변은 인공지능이 드디어 인간의 뇌를 초월하기 시작했

             을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다가는 인간과
             기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어느 날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존재를 느려터지고 질척거리기나
             하는 성가신 동물로 여긴다면, 그리고 마침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가

             인공지능에 복종하거나 거꾸로 제거의 대상이 되는 일만 남았다면, 그것

             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편적인 윤리의식을 갖춘 인공지능의 개발은 과학과 영성 사이를 지
             혜롭게 연결하는 인문학적 사유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불교

             가 그 매개체이자 방편의 역할을 능숙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부터 붓다의 가르침은 물질세계와 정신세계에 이어
             인간세계를 서로 융·복합할 수 있는 우주론적 이론체계를 갖추고 있기




             5)  소랏 헝라다롬, 허남결 외 옮김(2022), 같은 책, 356〜39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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