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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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를 가능하게 만든 원리가 바로 붓다의 연기설이

          다. 연기의 가르침은 한편으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원인과 결과의 패러
          다임에 바탕을 두고 세상의 실재를 설명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실상

          을 ‘자비로운 휴머니즘(compassionate humanism)’의 적용대상으로 해석해 왔
          다. 인공지능기술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현상으로 보여도 그 이면에는 지

          금까지 쌓인 무수한 인연의 실타래가 상하좌우와 종횡무진으로 촘촘하
          게 얽혀져 있다.

            이러한 관념을 실제로 구현한 불교적 AI를 개발한다면 그것은 과학과
          영성을 결합한 고통치유형 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마디

          로 압축하면 지혜를 갖춘 자비로운 인공지능이라는 뜻이다. 합리적인 사
          고와 자비로운 행동은 불교적 인공지능의 가장 큰 특징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 ‘과학’과 ‘영성’은 ‘지혜’와 ‘자비’의 서구적 버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연기설을 전제한 지혜와 자비의 가



























          사진 4. 스탠포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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