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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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의 천상행이 의미하는 것



            손오공이 천상에 올라가 벼슬을 받았다는 것은 욕계 최고의 차원으

          로 올라가는 영혼의 승격이 일어났다는 뜻이 된다. 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욕계 6천으로의 차원 승격은 주인공이 그에 상응하는 수행과 복덕을

          쌓을 때 일어난다. 손오공은 하늘에 올라가면서 증장천왕을 만난다. 그
          러니까 그가 수미산 중턱의 사천왕천을 지났다는 말이 된다. 그런 뒤 손

          오공은 33개의 천궁이 있는 하늘에서 옥황상제를 만난다. 수미산 정상
          의 도리천에 올랐다는 뜻이 된다.

            도리천은 동서남북에 각각 8개의 하늘이 있고 중앙에 하나의 선견천
          善見天이 있어서 33천이라 불린다. 손오공이 본 33개의 천궁이 그것이다.

          도리천의 33천은 제석천왕이 통치하는데 손오공은 이곳에서 옥황상제를
                                              만난다. 옥황상제는 제석천왕

                                              의 중국 도교 버전이다. 그러
                                              니까 손오공은 도리천에 올라

                                              제석천왕의 권속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해 봐
                                              야 한다. 욕계 6천과 색계, 무
                                              색계의 하늘들은 복덕의 축

                                              적에 의해 열리는 세계다. 손

                                              오공은 여의봉 약탈과 생사부
                                              소각의 과보로 천상에 불려

                                              올라갔다. 그렇다면 손오공의

          사진 1. 증장천왕과 손오공.                    이 행위에 무슨 공덕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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