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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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침이 환영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지혜와 자비의 불교윤리는 시공간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동시대의 보편윤
             리로 거듭날 수 있는 종교적 유연성과 포괄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 시대적 과제: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간존재의 미래



                위에서 우리는 불교의 지혜와 자비의 윤리가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적

             고통을 치유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소랏 헝라다롬의
             관점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런 불교적 공존의 지혜는 2019년 출범한 ‘스

             탠포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the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HAI)’나 하버드 대학의 ‘임베디드 에틱스 프로그램

             (Imbeded Ethics Program)’의 설립 취지와 연구 철학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어
             불자들인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6)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인공지능이 자연진화의 결정체인 인간존재와 아
             름다운 공존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들은 인공지능

             의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종교와 법학, 윤리학자들을 공학자와 엔지니

             어들의 작업에 동참시켜 왔다. 컴퓨터 공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종교와 윤
             리적 시각을 접목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간과 기
             계의 공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지구상 뭇 생명의 공동·번성을 추구하

             기 위한 것이다.     7)




             6)  윤송이 외(2022), 131〜133 참조.
             7)   유발 하라리, 전병근 옮김(2018)에도 인공지능의 등장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이 소개되고 있
                다. 책의 끝부분에서 하라리가 불교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내 마음을 보는 것만
                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따가운 비판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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