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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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불교적 지혜와 자비의 관
념이 인공지능 관련 연구자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근본적인 취지에
서 볼 때 지혜와 자비의 윤리는 과
학과 도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가르침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불교는
인간과 기계 및 그 외 다른 모든 존
재와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보
사진 5. 유발 하라리의 책 『21세기를 위한
편 종교윤리 이념으로 계속 살아남 21가지 제언』.
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이 곧 연기와 공, 무상과 무아
등의 독창적인 교학 체계들이다. 이처럼 붓다의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은
어제의 화려한 법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바로 이곳의 서사이자
다가올 내일에도 쉬지 않고 들려져야 할 고상한 클래식 음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불교의 시대적 과제는 인간의 미래와 기술의 미
래를 동시에 품고 아우르는 지혜와 자비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허남결 동국대 국민윤리학과 졸업(문학박사). 영국 더럼대학교 철학과 방문학자 및 동국대 문과대 윤
리문화학과 교수를 거쳐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역저서로는 『불교윤리학 입문』, 『자비결과 주
의』, 『불교의 시각에서 본 AI와 로봇 윤리』 등이 있고, 공리주의와 불교윤리의 접점을 모색하는 다수의 논
문이 있다.
86 『고경』 제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