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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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권속이 된 것일까? 원래 손오공의 행위는 우주적 질서를 어지럽

             히는 만행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공산 중국의 학계에서는 손오공의 행위
             를 혁명으로 해석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것이 계급 질

             서를 허물어뜨리는 혁명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손오공은 어떻게 하여 이 일로 천상에 올라가게 된 것일까? 앞

             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의봉은 휘두르는 입장에 따라 두 개의 상반된
             정체성을 갖는다. 자아의 욕망에 지배될 때는 자아의 여의봉이 되고, 진

             여의 질서에 귀의할 때는 진리의 여의봉이 된다. 그런데 손오공이 여의
             봉을 손에 잡았다는 것은 모든 것이 마음의 현현임을 알아 그 조절에 나

             섰다는 뜻이 된다. 그것은 적어도 곽암선사의 「십우도」에서 말하는 바,
             소에게 고삐를 매는 득우得牛의 단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여의봉의 획

             득은 천상에 올라갈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사부의 소각은 어떤 점에서 천계에 올라갈 계기가 되는

             가? 생사부는 생겨난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는 이치를 증명하는 문서다.
             이것을 소각했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보면 무상·고·무아의 절대 진리에

             반하여 자아의 영원한 존속을 기했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 긍정적인 측

             면 또한 없지 않다. 생사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불생불멸의 불성에
             눈뜨는 깨달음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시시한 천계와 천신들



                『서유기』의 천계와 천신은 시시하다. 옥황상제는 우유부단하고, 천상

             의 장군들은 무기력하며, 벼슬아치들은 무골호인들이다. 천신들은 어쩌
             다 『서유기』에서 이런 대접을 받게 되었을까? 원래 천계와 천신은 힌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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