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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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신앙 대상이었다. 제석천왕은

                                            그중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인
                                            드라천의 불교 버전이다. 그런 절

                                            대적 존재가 결단력이 없는 우유
                                            부단한 존재로 그려진다.

                                              원래 천계와 천신은 인간이 상
                                            상해 낸 궁극의 세계이며 절대

                                            적 존재다. 그런데 그에 대한 상
                                            상은 이원적 사유에 바탕한 것이

                                            다. 지상을 전제로 하여 천계가
                                            세워지고, 인간을 전제로 하여
          사진 2. 도리천의 제석천왕.
                                            천신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원
          적 사유의 생산물들은 이렇게 정반대되는 상대를 세워 성립한다. 우리

          의 삶에 대한 꿈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영생을 꿈꾸지만 그
          것은 무상無常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사여의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뜻

          대로 되지 않는 삶의 현주소를 바탕으로 일어난 희망이다. 자아의 실체

          성을 고집하지만 그것은 무아를 전제로 한 상상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이원적 사유에 근거하여 서로를 전제로 하는 쌍
          생아를 생산하고 그것을 실체로 집착하는 것이다.

            손오공의 행위가 만행이기도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오공은

          영원하고 싶어서 생사부를 지웠다. 또 삶이 뜻대로 되지 않자 여의봉을
          찾아냈다. 그리고 자아의 실재성을 찾는 여정의 끝에 높은 천상으로 올

          라간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천계나 천신들도 궁극적 실체가 아니다.
          육도윤회의 바퀴는 천신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천상의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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