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4년 9월호 Vol.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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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움은 한시적이다. 영가선사는 『증도가』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양에 집착하는 보시는 하늘에 태어나는 복이지만, 그것은 하늘

                  을 향해 위로 화살을 쏘아올리는 것과 같다. 세력이 끝나면 화살은
                  도로 떨어져 뜻대로 되지 않는 내생을 과보로 받게 된다.



                확실히 천계와 천신들에 대한 불교의 평가는 극히 박한 감이 있다. 그

             런 점에서 불교는 천신과 같은 궁극의 절대 존재를 주장하는 인도의 종
             교풍토에서 다양한 집단들과 논쟁적 관계에 있었다. 『서유기』에서 천계와

             천신이 시시하게 묘사된 것은 천상을 육도윤회의 일환으로 보는 불교의
             이러한 입장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손오공의 최초 벼슬, 필마온弼馬温


                손오공이 하늘에 올라가 받은 필마온弼馬温이라는 관직은 말먹이꾼의

             일이었다. 그것은 관직의 최하급인 9품에도 들지 못하는 벼슬이었다. 이

             에 손오공은 버럭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내던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손
             오공이 천상을 박차고 지상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말을 기르는 일만큼
             은 나름 훌륭하게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 보살

             핀 결과, 말들은 토실토실 살이 찌고 그를 따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데 손오공은 처음에 임명되었을 때 그것이 하위직임을 몰랐을까? 왜 기
             껏 말들을 잘 키워놓고 나중에 성질을 내고 뛰쳐 내려온 것일까? 다음

             에 살펴보겠지만 손오공은 바로 그렇게 말을 잘 키웠기 때문에 천상을
             박차고 내려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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