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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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下 111


            만 모든 것에 걸림이 없다는 것만으로 구실을 삼는 것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이것이야말로 자기의 마음을 속이는 것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3.주지의 소임은 무엇입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스님의 도는 온 세상에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
            하는 편입니다.그런데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시절 인연에 따라,

            한 절의 주지 소임을 맡아 힘닿는 대로 교화를 펴서 불조(佛祖)
            께서 세우신 심법(心法)을 널리 펴려 하시지 않으십니까?편안
            히 변변찮은 절개만을 지키며 고집하고 돌이키지 않는다면 불법

            안에서 죄인이 되는 것을 면할 수 있을는지요?”
               나는 말했다.

               “생각지도 않은 명성을 얻어서 매일같이 이런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그러나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까닭은 그런 요청
            에 설명할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가령 정말로 사람을 위하는

            도가 있다면,고상한 절개를 보전하려고 굳게 그것을 지키기만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불법 가운데 죄인이 된다는

            질책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그러나 사람을 위하는 법은 실제
            로는 없습니다.그런데도 시세를 타고 명예를 얻으려고 억지로
            이치를 어그러뜨린다면,죄인이라는 낙인을 면할 수 있을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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