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41
山房夜話 上 39
참선이 있단 말입니까?설사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불佛)과 법
(法)이 서로 모순이 됩니다.그래서야 어찌 불법으로 원융한 이
치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그대는 상황 따라 쓰는 방편을 잘
모르고 자신의 견해에만 국집하여,선철(先哲)을 속이고 비방하
는 격입니다.
실로 영명스님께서 참선과 정토를 짝지어 4구게(四句偈)를
만드신 까닭은,듣는 이의 근기에 알맞게 특별히 방편을 써서
강조한 것일 뿐입니다.대체로 교학(敎學)에서 이른바,‘원래는 1
승도(一乘道)뿐이지만 방편으로 분별하여 3승도(三乘道)를 설한
다’라고 한 뜻과도 같습니다.장로(長蘆)․북간(北磵)․진헐(眞
歇)․천목(天目)등 여러 스님들이 저술하신 정토에 관한 게송
도 모두 말로써 풀어놓은 즉심자성(卽心自性)의 참선입니다.애
초부터 별다른 도리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동도(東都)의 희법사(曦法師)가 선
정(禪定)속에서 연꽃을 보았답니다.그런데 그 연꽃에 원조 본
선사(圓照本禪師)의 이름이 씌어 있었다고 합니다.달마스님 선
법을 정통으로 이은 원조스님으로서 어떻게 연꽃에 이름이 박혀
있을 수가 있을까 하고 의심했습니다’라 했다.그래서 일부러 내
가 가서 질문했더니,원조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내가
비록 선문(禪門)에 있었으나 정토신앙을 겸해서 수행했다.’그
당시에 원조스님께서는 갖가지의 방편으로 찾아와 질문하는 사
람들을 지도한 것이지,어찌 정말로 그랬던 것이겠습니까?미혹
한 사람들이 방편으로 그런 줄을 모르고 제멋대로,참선말고 따
로 귀의할 정토가 있다고 우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