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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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허물과 착오가 있습니다.첫째는 자기가 발심하여 도를
배울 때에 언어나 문자로써 도를 통하려 했기 때문입니다.이것
은 애초부터 결단코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확실히 밝히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입니다.두 번째는 스승이 잘못되어 제자의 발
심이 옳은지 그른지를 고려하지 않고,천부적으로 타고난 재주
가 약간 있는 것만을 보고서 교묘한 방편만을 가르칠 뿐,결코
공부를 해 가면서 정념(正念)을 지키도록 기다려 주지 못한 점
입니다.다만 한결같이 ‘마음이 그대로 부처이다[卽心是佛]’와
‘물질 그 자체에서 마음을 밝힌다[卽色明心]’는 등의 그럴 듯한
화두로써 스승과 제자가 서로서로 속고 속이는 것입니다.다만
스승은 자기가 체험한 경지로 이끌어 제자가 언어나 문자로 이
해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선림(禪林)에서는 서로에게 익숙한 대로 하는 것이
풍조가 되고 있으니 정말로 그들이 무엇을 도모하는지 모르겠습
니다.2천 년 전에 부처님께서는 원각경 이나 능엄경 에서 이
네들의 잘못된 견해를 꾸짖고 나무라셨습니다.아마도 성인께서
는 말세의 중생들에게 이런 허망한 훈습이 있으리라는 것을 미
리 아셨던 것입니다.그래서 그처럼 문답을 자세하게 베풀어 그
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스스로 고치도록 한 것입니다.그런데
생사대사(生死大事)를 자기 중책으로 삼지 않고,언어문자에 힘
쓰는 것으로 스스로는 깨달았다고 여기는 데야 어쩌겠습니까?
그러다가 홀연히 바른 안목을 가진 수행자가 나타나 그것이 잘
못됐다고 손을 저어 나무라기라도 하면,마음속은 올랐다 가라
앉았다 하며 불안에 떨게 됩니다.나아가 문득 꾸짖고 배척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