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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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37


            조를 지적한 것입니다.즉  능엄경 에서 말하는 ‘백천(百千)의
            큰 바다는 알지도 못하고 한 방울의 물거품으로 전체의 바닷물

            을 알려고 한다’는 것과 상통합니다.또 진여(眞如)를 제대로 알
            지도 못하는 무리들이 말하기를,‘시방세계(十方世界)가 그대로
            바로 나[我]이다.이 성품은 허공을 둘러싸고 온 법계를 두루했

            으며 고금과 범성(凡聖)을 가릴 것 없이 두루 있으며 삼라만상
            에 가득하다’라고 말들 합니다.그리하여 마침내는 옛 사람이 말

            한,‘한 줄기의 풀을 들고 이것이 장육금신(丈六金身)이다’라 한
            것과,또 ‘한 털끝마다 부처님 나라[寶王刹]가 나타난다’는 등의
            말을 인용하여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습니다.그러나 아무리 음

            식에 대해서 말하더라도 역시 배는 고픈 것이며,의복에 대해서
            말하더라도 추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이런 이치를 어찌하겠

            습니까?모름지기 깨달음이란 직접 스스로 겪어 봐야만 됩니다.
            또한 설사 그대가 직접 깨달아 봤다 하더라도 본색종장(本色宗
            匠)을 만나서,그대가 깨달았다는 그 자취마저도 싹 쓸어 버려

            야만 합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른바 ‘알음알이가 도리어 가
            시가 되어 심장을 찌르고,좋은 약을 고집하다가 도리어 병을
            얻고 만다’는 꼴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그러니 이것이 어찌 언

            어나 문자로 통할 수 있고 의식으로 도달하여 알 수 있는 것이
            겠습니까?

               한량없이 오랜 세월 이전부터 흘러온 생사의 굴레를 금일에
            완전하게 끊어 버리고,또 그대가 끊어 버렸다는 사실조차도 단
            박 잊어버려야 합니다.그런데 어찌 작은 근기,천박한 재주로써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내가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정말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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