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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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막혀,남양 땅에 있는 암자로 피해 가 고생했을 필요가 없
                                     6)
            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또한 아난이 능엄회중(楞嚴會中)에
            서 슬피 우느라고 애쓰지 않아도 됐으리란 것을 알 수 있습니
            다.그대는 도와 이해가 서로 어우러져야 비로소 진정으로 깨달
            은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가령 깨달

            은 내용을 정확하게 가져와서 주장하더라도,이는 벌써 걸맞지
            않은 것입니다.하물며 사량분별[心意識]로써 그럴듯한 언어나

            문자를 매개로 하여,허망하게도 눈앞에 나타난 소소령령(昭昭
            靈靈)한 허깨비를 주인공이라고 잘못 알고 보배처럼 아끼며 가
            슴에 새겨 두고 있습니다.실로 미혹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미

            혹한 사람이라 하겠습니다.이것을 오래도록 고치지 않으면,훗
            날에는 반야(般若)를 잘못 말했다는 과보를 받을 것이며,가까이

            는 죽는 마당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옛날 혜충국사(慧忠國師)께서 말씀하시기를,‘요즈음 남방의
            불법이 크게 변해 버렸다.그들은 4대신(四大身)속에 신령한 성

            품이 들어 있어 불생불멸한다고 한다.또 이 4대(四大)가 파괴되
            더라도 이 성품은 파괴되지 않는다고들 한다.그러나 이러한 그
            들의 견해는 인도의 외도(外道)들과 같은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장사(長沙)스님 같은 분은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진실을 식
            별하지 못하고 그저 옛 사람들이 말해 놓은 신령한 말만을 좇는

            다’라고 했습니다.이것은 요즈음 수행자들이 6진(六塵)을 반연
            하여 일어나는 그림자를 자기의 참마음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풍



              6)이 책 p.59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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