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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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아가 영명스님의  정토4구게(淨土四句偈)를 변명의 구실
            로 삼기도 하니,이것 역시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손님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좀더 자세한 설명을 청했다.
               “정토와 참선에 대해 구분되는 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대답했다.

               “정토도 마음이며 참선도 또한 마음으로서 본체는 하나이지
            만 이름을 서로 달리했을 뿐입니다.어리석은 사람은 그 명칭에

            집착하여 그 본체를 미혹하고,반면에 깨달은 사람은 그 본체를
            알고 그럼으로써 이름까지 회통합니다.어찌 정토만이 그렇겠습
            니까?교학(敎學)에서 말하는,‘일체의 모든 법(法)이 마음에 상

            주한 자성[卽心自性]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과,‘삼라만
            상이 한 법[一心]에서 나왔다’라고 한 것이 모두 그렇습니다.다

            만 자기 마음속의 선(禪)을 깨닫기만 하면 삼계의 만법이 신령
            한 근원에 섞여 들어갈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무엇이든지 완전
            하고 진실되어서 전혀 간택할 것이 없습니다.그리하여 이미 동

            쪽이니 서쪽이니 하는 구별이 있을 수가 없는데,어찌 정토(淨
            土)니 혹은 예토(穢土)니 하는 구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십만 억토를 한걸음에 다가가고 보석 연못과 황금 땅으로 온

            우주를 그득히 채우기도 합니다.나아가 한 찰나에 영원한 세월
            을 맛보기도 하고,비취빛 대나무와 노란 국화가 동시에 삼매

            [正受]에 들기도 합니다.큰 바다와 같은 아미타불의 눈이 또록
            또록 빛나고,다섯 개의 수미산 같은 백호광명(白毫光明)이 곳곳
            에다 찬란한 빛을 분산하기도 합니다.그리고 늙은 달마는 홀연

            히 명월주(明月珠)를 잊고,아미타불도 황금도장을 잃어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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