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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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35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당신이 정말로 이 일과 단 한 번에 상응하고자 한다면,무엇

            보다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던 언어나 문자를 싹 쓸어 버려야
            합니다.만약 털끝만큼이라도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으면 이야말로 지독한 독이 심장에 들어간 것과 마찬가지입니

            다.이렇게 되면 설사 부처님이라도 구제하기 어렵습니다.
               대체로 참선하는 납자(衲子)가 이렇게 잘못된 것은 스승에

            의해 일시적으로 풀둥우리[草窠:형식화된 언어]속으로 이끌려
            들어간 점도 있고,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언어나 문자로써 알음
            알이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당신이 정말로 생

            사의 기슭에서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면,설사 석가와 미륵부처
            님께서 선도(禪道)와 불법(佛法)을 직접 당신의 허파와 간장에

            부어 준다 하더라도 남으로부터 얻어질 수 없는 그 한마디[一句
            子]를 가지고 비추어 보기만 한다면 자연히 속이 메스꺼워 토해
            내고 말 것입니다.당신인들 어찌 이 나쁜 독을 받아들이기를

            원했겠습니까?그러나 오직 바른 견해[正見]가 없었기 때문에
            눈뜨고도 잘못된 스승에게 꼬여 넘어가는 것입니다.
               당신이 과연 선(禪)을 알음알이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무심코

            던지는 한 토막의 비유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런 상황에
            서는 비록 당신에게 1,700공안을 일시에 뚫어버릴 수 있도록 해

            주더라도 그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습니까?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을뿐더러,차라리 일생동안 선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것만도 못합니다.이런 내용을 당신이 이해한다면,향엄

            (香嚴)스님께서 지난날 위산(潙山)스님의 문하생으로 있다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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