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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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45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닫게 된 계기[機緣]를 사람들이 공안
            (公案)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공안(公案)은 관청에 있는 문서에다 비유해서 말한 것으로,
            법령의 소재(所在)와 정치의 성패가 실로 관계된 것입니다.공

            (公)이란 모든 성현이 어김없이 가신 길이자 세상 사람들이 함
            께 밟아 가는 지극한 가르침이며,안(案)이란 성현들께서 그 도

            (道)를 수행하는 방법을 기록한 문서입니다.
               무릇 천하를 다스리는 자라면 누구든지 관청을 설립하지 않
            을 수가 없고,관청이 설치되면 자연히 그것을 운영하는 법령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른 이치를 받아들여
            법령을 만들고,바르지 못한 것들을 박멸하려고 그러는 것입니

            다.공안(公案)이 시행되면 바른 법령이 통용되고,바른 법령이
            통용되면 천하의 기강이 바로잡히고,기강이 바로잡히면 왕도정
            치가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우치게 된 계기[機緣]를 공안(公案)이라
            이름 붙인 이유도 역시 위와 같은 뜻에서 그랬습니다.그러니
            이것은 한 사람의 억지주장이 아니라 신령스런 근원에 딱 들어

            맞고,묘지(妙旨)에 계합하여,생사의 굴레를 타파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안은 언어나 문자로 따지는 것을 초월하며,이것은 시

            방삼세(十方三世)의 수많은 보살과 함께 똑같이 지니고 있는 아
            주 지극한 도리입니다.그것은 생각이나 이치로 알 수도 없으며,
            언어로 전할 수도 없으며,문자로써 설명할 수도 없으며,알음알

            이로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마치 독(毒)을 바른 북을 둥둥 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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