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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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53
이 자연히 몰려나올 것입니다.
어떤 스님이 마조스님에게 묻기를,‘무엇이 부처인
가요?’라고 하자 마조스님이 말하기를,‘마음이 바로
부처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이 공안은 비록 전에 참
선한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모두가 알았다고 지나
쳐 버리기 쉽습니다.그러나 그 지극한 뜻은 오래 참
선한 선승(禪僧)이라도 거의가 잘못 알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아마도 그 사람에게 ‘무엇을 마음이라
하는가?’라고 다시 질문하면,이것은 벌써 옆길로 새
는 것입니다.여기서 분명한 당처(當處)를 지적해 내
려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몸소 뛰어넘어 반복해 다시
보고 명명백백해지면 마치 큰 십자로(十字路)에서 그
리운 어버이를 만나 달려가듯이,자연히 공안을 들자
마자 계합하게 됩니다.
혹 어떤 무리들은 전혀 참선도 하지 않고,마음자리
를 분명히 밝히지도 않고,발 밑에서 생사의 큰 의심
덩어리인 번뇌를 절단하지도 않고,오직 총명한 재주
만을 믿고 고금의 문자만을 이리저리 따지고 연구하
여,그저 그럴듯한 언어로 비교하고 헤아려서는 고금
의 공안을 모두 알았노라고 자만하기도 합니다.그러
나 이것은 자신이 생사의 근본을 몰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차라리 이런 무리들은 아무것
도 모르겠다고 하는 솔직한 사람만도 못합니다.솔직
한 사람은 지금까지는 공안의 깊은 뜻을 몰랐으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