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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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51


            을 나열하여 귀결시키기도 하며,혹은 모든 말씀을 과
                                      8)
            판(科判)하여 4구(四句)로 만들기도 합니다.그러다
            가 그 구구절절한 말들을 1,700공안(公案)으로 정리하
            고,그 각각에 이름을 붙여서 서열을 매기게 되었습니
            다.그러나 난 잘 모르겠습니다.위와 같이 한 것이 본

            래 눈밝은 종사들의 본뜻인지?”
               나는 대답했다.

               “조사의 말씀은 아주 공적(空寂)하여서 인위적으로
            꾸민 것은 아닙니다.그러므로 손 가는 대로 쓴 것이
            지,애초부터 사량분별하여 선택해서 쓴 것은 아닙니

            다.무릇 모든 것이 달마스님이 그것만을 전한 뜻[單
            傳之旨]에 근본을 둡니다.그러므로 말을 하기 시작하

            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보여주니,결코 숨기거나 감
            추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달이 하늘에 떠 있지

            만 동쪽으로 가는 사람이 바라보면 달이 동쪽으로 가
            는 듯하고,서쪽으로 가는 사람이 달을 바라보면 달이
            서쪽으로 가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움직이지 않고 가운데에 가만히 서 있
            는 자는 ‘달이 나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있구나’라고

            말할 것입니다.이처럼 자기가 빠져 있는 소견으로 서


              7)3현(三玄)  임제록 에 나오는 말로 玄中玄,句中玄,體中玄을 뜻함,
              8)4구(四句) 존재에 대한 네 가지 범주로써 모든 객관을 망라함.즉 긍정[有]․부
               정[無]․일부긍정 일부부정[俱句]․모두 부정[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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