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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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불쌍히 여기시는 상황을 두고 한 말입니다.따지고 보
            면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자리이지만 할 수 없이 중생들

            을 위하여 말로 표현한 것이며,형상으로 드러낼 수 없는
            이치이지만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형상으로 드러내어서
            미혹의 오랏줄이 풀려지기를 기다리신 것입니다.깨달음

            의 자리에 어찌 언어나 형상을 들먹거릴 수가 있겠습니
            까?

               세상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다가 불공평한 사건이 생
            기면,반드시 관청에서 공정하게 재판해 줄 것을 요청합
            니다.그러면 이조(吏曹)에서는 공포된 법조문을 근거로

            공평하게 재판해 줍니다.이와 마찬가지로 참선하는 자가
            깨달은 부분이 있으나 제 스스로 확신을 못 하겠으면 스

            승에게 질문합니다.그러면 스승은 공안(公案)을 근거로
            하여 의심을 풀어 줍니다.공안이란 바로 번뇌망상의 어
            둠을 밝혀 주는 지혜의 횃불이며,보고 듣는 것에 얽매인

            결박을 끊어주는 날카로운 칼날입니다.그런가 하면 공안
            이란 생사의 명근(命根)을 끊어 버리는 날카로운 도끼이
            며,성인과 범부를 가려내는 신령스러운 거울입니다.조사

            들의 본뜻이 공안 때문에 분명하게 밝아지고,부처님의
            마음이 공안 때문에 드러납니다.번뇌를 말끔히 털어 버

            리고 불조와 동일한 깨달음을 얻는 요점으로는 이 공안보
            다 더 좋은 길잡이는 없습니다.이른바 공안이란 법을 아
            는 자만이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 비슷한 것도 넘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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