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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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上 49


               아아!슬프도다!미망에 빠진 인간들은 근본자리를 돌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그저 자신의 총명만을 밑천으

            로 삼아 널리 배우고 기억하여 현수(顯授)든 밀전(密傳)이
            든 언어문자로 깨달으려 할 뿐 마음으로 깨달으려 들지
            않습니다.방(棒)이나 할(喝)등의,방편의 채찍으로 몰아

            대는 마차는 결국 번뇌와 망상이 우거진 숲 속에 처박히
            고,용(龍)이나 코끼리처럼 훌륭한 조사스님네들의 발자취

            는 결국 시비의 깊은 구덩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사량
            분별하게 되면 그 결과 좋아하고 싫어하는 욕정이 눈가에
            넘치고,취사선택하는 어리석음이 가슴에 가득하여집니다.

            옛 스님들이 말한,‘제호(醍醐)가 도리어 독약이 된다’라는
            비유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

            까?총림이 무너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슬프도다!
            이것은 마치 법령을 집행하는 이조(吏曹)가 법령을 도둑
            질하여 사람들의 뇌물을 받아서 호의호식하는 꼴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자기의 개인적인 사리사욕에 빠지면 아
            무리 공명정대하게 하려 해도 될 까닭이 없습니다.





               11.공안에 집착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 아닙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조사의 공안(公案)은 본래 참선하는 사람이 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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