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61

山房夜話 中 59


            리면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이것이 그대에게 심요를 열어 보여
            준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자,용담스님이 드디어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공안은 수행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우 명쾌하고 쉬운
            것인 듯하지만 우리 종문(宗門)의 입장에서 보면 옆길로 샌 것

            에 불과합니다.반면에 위산(潙山)스님이 향엄(香嚴)스님에게,부
            모가 그대를 낳아 주기 이전의,그대의 참 모습이 무엇이냐고

            묻자 향엄스님은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그는 도리어 위산스
            님이 설명해 주기를 바랐는데,위산스님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향엄스님은 평소에 공부했던 것을 모두 버리고 남양(南

            陽)땅으로 들어가 한 암자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그곳에서
            얼마를 지내다가 갑자기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

            고는 단박 깨달았다고 합니다.이 깨달음이 있기까지는 수행한
            다는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암자에 기거하면서 그 문제를 생각
            하고 그 문제 속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무엇을 도모해

            서 그렇게 했겠습니까?비록 그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깨닫지는
            못하고 많은 세월을 지내고서야 깨달았지만,그가 깨달은 깊은
            경지가 달마스님이 전한 경지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요즈음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영험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고인들처럼 진실한 기개가 없고,둘째는 생사(生死)의 덧없

            음을 일생의 대사(大事)로 삼지 않으며,셋째는 오랜 세월 동안
            잘못 익힌 수행 방법을 버리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하루종일
            남 하는 대로 화두를 들기는 하지만,방석이 따뜻해지기도 전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어지러워집니다.이것은 절대로 물러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