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66
64
2.다른 방편으로도 깨달을 수 있습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참선을 못 해서 깨닫지 못한다면 다른 방편을 사용해서 깨
달을 수 있는지요?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깨닫지 못하면,향후
세계에서라도 무상한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할 수 있는 도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말했다.
“좋은 질문입니다.깨달음이란 당사자가 직접 체험해야 하는
일입니다.남들에게 의지해서 될 수도 없는 일이고,남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그 때문에 미혹에 빠지는 것도 제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고,깨우침도 반드시 자신에 의해 달
성된다 하는 것입니다.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비록 석가모니
부처님과 달마대사라 할지라도 그대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요즈음 스승들도 참선하는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에 대
해 대부분 어쩌지들 못하고 있습니다.그러므로 근기(根機)에 알
맞은 방법을 쓰고,방편을 자세하게 베풀어 후학을 지도하고 있
습니다만,배우는 사람들은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해야 할
큰 문제로는 삼지 않고,선(禪)을 신속하게 머리로 이해하려고
합니다.그리하여 고작 방편 속에 쭈그리고 앉아서,알음알이로
고금의 공안을 통하고서 관문을 뚫었다고 말합니다.그러나 자
기 발 밑의 생사(生死)라는 가장 크고 견고한 관문은 뚫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