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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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德山)․운문(雲門)․진정(眞淨:1025~1102) 같은 스님은
분하고도 분한 기상으로 노하여 마치 음란한 여인을 보듯이 제
방을 꾸짖었습니다.그것은 그들이 도의 근본은 체득하지 못하
고,쓸데없이 입으로만 깨달으려 애써 결국은 서로 속이는 것을
꾸짖은 것입니다.그 사이에 또 삿된 스승이 있어 마치 섭공(葉
公)이 용(龍)을 그리듯,조창(趙昌)이 화조(花鳥)를 그리듯 제방
에서 논하는 선을 비유로 설명합니다.섭공과 조창 자신이 진짜
가 아닌데,더욱이 그들의 흉내 따위나 내는 자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오(烏)자와 언(焉)자가 마(馬)자
가 되었다는 탄식이 딱히 오늘날에서야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보건대,참답게 구하고 실제로 깨달은 인재를 만나는
것이 오늘날에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지난날에도 힘들었던 것
입니다.이것은 다름이 아니고 생사의 정망(情妄)과 무명(無明)
의 결습(結習)이 끊임없이 일어나 조금도 쉴 틈이 없었기 때문
입니다.정말이지 골수에 사무치도록 열심히 생사를 끊겠다는
정념(正念)으로,원수와 적을 만난 듯이 화두(話頭)에 몰두해야
합니다.그렇게 한 생(生)두 생(生)을 끊임없이 눈을 부릅뜨고
화두를 들어 깨닫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면 섭공과 조창 같은 부
류에게 미혹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3조(三祖)승찬대사(僧璨大師)가,‘증오와 사랑만
없다면 깨달음이 뚜렷이 명백해질 것이다’라고 한 것과,영가대
사(永嘉大師)가,‘망상도 제거하지 말고 진실도 구하지 말라’라고
한 것을 인용하여 증거로 대면서 ‘이것이 바로 깨닫는 이치인데,
무엇 때문에 한 생(生)두 생(生)씩 육체를 수고롭게 하고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