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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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 않겠다는 심신(心身)이 채 갖추어지지 않은 때문입니다.참
            으로 딱한 일이라 하겠습니다.설사 미륵(彌勒)부처가 태어난다

            하더라도 이런 폐단을 다 없앨 수 있겠습니까?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자기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탓하지 않고 도리어 불법(佛法)이 쇠퇴하고 총림(叢林)의 운이

            다했다고 핑계를 댑니다.그리하여 현재의 처지는,훈련을 시켜
            주는 스승도 없고 일깨워 주는 친구도 없으며,주거도 불편하고

            음식도 먹을 수가 없으며,법도도 없고 주위도 시끄럽다고 불평
            을 합니다.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수행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이런 말이 나오고부터는 도(道)를 배운다는 사람

            치고 이것을 구실로 삼지 않는 자자 없었습니다.이것은 마치
            농부가 제때에 비가 오지 않는 것만 탓하면서 땅을 갈고 김매는

            일을 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그렇게 하고서도 가
            을에 결실이 풍성하기를 바라겠습니까?도를 배우는 사람이 환
            경의 좋고 나쁨만을 따지기만 합니다.그러다 잠깐 사이에 한

            생각이 일면 그것을 분별하려 듭니다.분명히 말해 두지만,그
            사람이 만겁의 생사 굴레에 얽히고 결박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
            이 이러한 연유 때문입니다.그대는 듣지 못했습니까?설산(雪

            山)의 늙은 사문[석가모니 부처님]이 만승(萬乘)이나 되는 존귀
            한 영화를 모두 버리고 6년 간이나 얼음 위에 누워 고행을 하며

            황벽(黃檗)나무를 씹으면서 춥고 배고픈 가운데서도 몸을 돌보
            지 않고 수행하다가 드디어는 샛별을 보고 깨달았다는 이야기
            를.또한 부처님 이후 서천(西天)땅의 28조사(二十八祖師)모두

            가 바위나 동굴 등에 거처하였습니다.혹 세상사에 섞여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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