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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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65
고 자기가 통과한 것은 고작 언설(言說)의 관문이라는 것을 모
릅니다.이것은 수행에 무익한 정도가 아니라,자기의 본분을 스
스로 해치는 짓입니다.만약 진실하게 생사대사를 끊으려는 올
바른 사람이라면 비록 달마대사가 세간에 출현해서 모든 불조의
핵심되는 도리를 가져다 8식(八識)가운데 놓아준다 해도,뿌리
까지라도 모두 토해내야만 합니다.왜냐하면 깨달음이란 반드시
본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반푼 어치도 다른 사람이 해결
해 줄 수 없습니다.비록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오직 정념(正念)만을 견고하게 지니고,살아도 깨달음과 함께 살
고,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태도로 절대로 알음알이를 갖고 이해
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만일 이와 같이 뜻을 지킬 수 있다면
한 생 두 생이 흘렀다 해도 깨닫지 못할까 절대로 근심할 필요
가 없습니다.개중에는 고요하고 묵묵히 좌선하다가 번뇌 망상
이 잠깐 쉴 때,문득 음식(陰識)가운데서 그럴듯한 도리를 깨닫
게 되면 확철대오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그리하여 여러 경전
속에서 증거를 대고 마음속에 간직하나 이 병통이 음식(陰識)에
의한 깨달음으로서 생사의 근본이지 견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
르고 있습니다.그리고는 깨달았다는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
의 결택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그러면서 가는 곳마다 얼어터
진 겨울오이로 만든 도장을 가지고 도장찍어 주기를 요구하니
도대체 무엇을 도모하자는 짓입니까?
또 어떤 무리는 6진(六塵)의 반연된 그림자를 자기의 주인공
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리고는 옛 사람이 깨닫지 못
한 이에게 들려준 한마디를 끌어다가 단지 이것만으로 누가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