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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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房夜話 中 95


            가?’그러자 담당 준스님은 합장 예배하고 말하기를,‘계 받는
            장소가 계일까요?아니면 삼갈마(三羯磨)와 청정한 아사리(阿闍

            梨)가 계인가요?’라고 했습니다.승스님이 깜짝 놀라며 이상하게
            생각하자,담당 준스님이 말하기를 ‘그렇기는 하지만 감히 계를
            받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하고는,곧바로 강안율사(康安

            律師)에게 가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습니다.
               예로부터 선가(禪家)에는 계율에 대한 말이 아주 많았지만,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들지 못하겠습니다.이렇게 볼 때 계 받
            는 것을 어찌 달마의 종지에 어긋난다 하여 이상하게 여기겠습
            니까?이른바 방편이란 상황에 알맞게 운영해야 이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러니 조금도 이상스레 여기지
            마십시오.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대중 생활을 할 때는 개경(開慶)․경
            정(景定)      연간이었습니다.그때도 정자사(淨慈寺)․쌍경사(雙
                    16)
            徑寺)같은 절은 대중의 수효가 400~500을 넘었습니다.그 절

            의 주지스님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술을
            마시면,항상 술을 마신 것이 아닌데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
            를 꾸짖었습니다.가끔 술을 마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잘못

            을 저질렀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드물었습니다.그러나 지금은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가 방탕하면서도 돌이킬 줄 모르고 피하거

            나 거리끼는 것이 없는 듯합니다.옛날에 부처님께서는 일반 신
            자들을 위해 5계(五戒)를 말씀하셨고,비구들에게는 4분(四分)․


              16)개경․경정 남송시대의 연호로서 개경은 1259년,경정은 1260~1264년에 해당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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