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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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제자들을 믿었다는 뜻은,달마스님의 문하에는 모
            두가 상근기의 인재들만이 모였었습니다.숙세에 반야의 종지를

            익히고 최상승(最上乘)의 근성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섞여 들어
            올 수 없었습니다.이런 사람들은 이미 계정혜(戒․定․慧)3학
            (三學)을 닦았기 때문에 또다시 계율의 수지(受持)를 말할 필요

            가 없었습니다.그러므로 달마스님 당시에는 계율을 지키라고
            말하지 않아도 잘 지켜졌던 것입니다.달마스님이 굳이 계율을

            지키라고 강조하지는 않았지만,어느 제자도 고의적으로 계율을
            어기는 자가 없었습니다.
               달마스님 이후로 대승의 근기와 성품을 갖춘 선사들이 천지

            사방에서 구름처럼 일어나고 바닷물이 용솟음치듯 하였습니다.
            달마스님 때부터 계속하여 계율을 말하지 않았던 것은,종지로

            볼 때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애초에 계율을 지키지 않고
            부처님의 심종(心宗)을 전수했다는 소리는 내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옛날에 자수화상(慈受和尙:1077~1132)은 종문(宗門)의 빼
            어난 지도자로,법문할 때마다 제자들이 계업(戒業)을 잘 지키는
            것을 극도로 칭찬하였습니다.또 진헐화상(眞歇和尙)은 ‘권발보

            리심대회(勸發菩提心大會)’를 개최하여 사부대중에게 계율을 권
            장 선양하였습니다.이 두 스님은 모두 점진적인 방편을 사용하

            신 분들이십니다.
               옛날에 담당 무준(湛堂無準:1061~1115)스님께서 양산 승
            (梁山乘)스님을 찾아뵙고 인사하자,승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

            다.즉 ‘어찌 계율을 받지 않고도 감히 불법을 배울 수 있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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