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02 - 산방야화
P. 95
山房夜話 中 93
13.선사들도 계율을 지켜야 됩니까?
객승이 또 질문하였다.
“고봉(高峰:1238~1295)스님께서 제자들에게 수계(受戒)할
때에 손가락을 태우게 했다는데,제방(諸方)에서는 이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정말 고봉스님이 그
랬습니까?”
내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또한 그런 소문을 직접 듣고,스님께 여쭈어 보았습니
다.그랬더니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상할 것이 없
다.저들이 방편임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인데,난들 어찌 모르
겠느냐.’달마대사께서 홀로 전하신 마음을 바로 가리켜 성품을
보게 하는 선은 문자(文字)도 쓰지 않았는데 무슨 계(戒)를 주고
받겠습니까?그러나 달마스님이 계율을 말씀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첫째는 근본 종지(宗旨)만을 투철
하게 관찰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고,둘째는 제자들을 믿었기 때
문입니다.첫째의 근본 종지만을 투철하게 관찰하게 했다는 것
은 달마스님은 오로지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는 것으로써
종을 삼았다는 뜻입니다.오직 바로 가리키는 것에만 힘을 기울
여 단 한 번에 훌쩍 깨달음의 자리에 그대로 들어가게 했을지언
정,대․소 2승(二乘)의 단계를 차례차례 거치도록 하지는 않았
습니다.그 종지가 이와 같으므로 계율을 말한다면 벌써 종지에
위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