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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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05


               남전(南泉)스님은 말하기를,“도는 아는 것에도 속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안다면 허망한 깨달음이며,모른

            다면 무기(無記)이다”라고 하였다.세상 사람들은 이 잔소리를
            온갖 힘을 다해 잡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그러나 이것에 잘못
            된 허물이 많은 줄은 알지 못한다.영가(永嘉)스님이 말한,“배

            움을 끊고 인위적인 조작을 끊은 한가한 도인은 망상을 없애려
            하지도 않고 진리를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라고 한 것은 평상심

            과 조금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그러나 누가 배움을 끊었
            으며,누가 인위적인 조작을 끊었겠는가?여기에 대해서는 아무
            도 대답할 수가 없다.

               멀리서 온 길손이 문 앞을 지나다가 나의 몸뚱이를 가리키며
            4법계(四法界)에 대해 물었다.

               “이 몸은 4법계에서 어느 법계에 해당합니까?”
               나는 그에게 조용히 대답하였다.
               “4종법계(四種法界)는 한 마음의 체(體)와 용(用)을 나타내었

            을 뿐입니다.소승은 경교(經敎)를 잘 모르므로 내 나름대로 설
            명해 보겠습니다.그러니 이 손의 주장자(拄杖子)로 비유해 말하
            겠습니다.겉모양을 보아 주장자(拄杖子)라고 하는 것이 사법계

            (事法界)이며,모양을 떠나서 성품뿐이면 주장자라고 부를 수가
            없으니 이것은 이법계(理法界)이며,성품과 모양이 둘이 아니면

            [性相不二]주장자라 부르더라도 주장자가 아니며,그 주장자가
            아닌 상태에서 그대로 주장자라 불러도 무방하니 이를 이사무애
            법계(理事無碍法界)라 합니다.끝으로 한 주장자가 일체법에 들

            어가 법에 따라 명칭을 붙이지만 끝내 일정한 본체가 없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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