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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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127
러 일에 휘말려 그 도를 펴지 못한 자도 있었습니다.그러나 존
엄하게 방장실(方丈室)에 거처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에워싸기를
마치 우담화(優曇華)가 출현하듯 하며 빛나는 광명이 고금을 두
루 비추었던 인재는,천만 사람 가운데 한두 사람 정도일 뿐이
었습니다.그런데 그 사람들이 체득한 도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고,다만 복에 차등이 있어서 성쇠의 자취가 동일하지
않았을 뿐입니다.그러므로 석가모니부처님을 양족존(兩足尊)이
라 불렀던 까닭은 모두 이유가 있었습니다.그러나 복은 과거의
업(業)에 얽매여 그 과보가 다하면 다시 없어져 버립니다.그렇
기 때문에 도인이라면 이 복 많은 것을 뽐내지 않습니다.
옛날에 전오(典午)가 ‘행책(行策)스님은 복이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고 걱정을 했습니다.그러자 행책스님은 말하기를,‘참선
하는 자는 그저 자기 자신의 안목이 밝지 못할까만을 걱정해야
합니다.안목만 밝아진다면(따르는 대중이 없어서)부처님[聖僧]
을 홀로 마주하고 밥을 먹은들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라고 했
습니다.그러자 전오(典午)가 그 뜻을 알아듣고는 턱을 끄덕였다
고 합니다.
참으로 애석하도다!업보인연[報緣]을 오묘하게 살피고 도의
안목이 홀로 빼어났던 분은 행책스님 그 어른뿐이었습니다.성
쇠의 자취가 어찌 도의 안목을 더럽힐 수 있겠습니까?”